책소개

넌 왜 안 가버리는 거야.

아직 어린 개의 숨가쁘게 떨리는 가슴이 내 뺨에 닿았다. 나는 놀라 움츠렸다. 그때까지 일생의 기억 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안겨본 기억이 없다. 다른 것의 따뜻함.



나는 이번엔 정말로 커다란 돌을 들어 개를 향해 내리쳤다. 개는 공포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쇠줄에 감겨 미친 듯이 울었다. 정말로 미친 듯이 머리를 때리자 개의 눈동자가 흐느적거리는 밤의 지네처럼 쏟아져 나왔다. 개는 흙에 엎드리고 부르르 떨었다.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 어린 개의 앞다리는 모두 부러져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온 산을 흔드는 미친듯한 그 울음 소리. 그리고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빨간 피.



내 첫 개는 아름다웠어요.

첫 개? 그래요, 나는 그 개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어요. 내가 가져본 걸로는. 사실 내가 가져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없어요. 소유. 난 소유가 두려워요. 완전히 소유하게 된다면 언젠가 나쁜 일이, 아니, 나도 잘 몰라요. 그냥 한 말이죠. 난 안전하게 있고 싶거든요.

저자소개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인형>, <심야통신>, <그 사람의 첫사랑>,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등을 펴냈다. 제23회 이상문학상 추천 우수작에 선정된 바 있다.
젊은 세대의 상실감과 사랑의 상처를 감각적이면서도 투명한 문체로 그려낸 그녀의 소설은 90년대 우리소설의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