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초콜릿
뚱뚱한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부하는 평이한 언어,
하지만 놀랍도록 피부에 와 닿는 묘사!
독일 청소년문학계의 대표적인 반(反)권위주의적 작가이자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는 미리암 프레슬러의 베스트셀러 『씁쓸한 초콜릿』이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소설은 15세 소녀 에바가 뚱뚱한 몸매로 인해 느끼고 겪는 일상에 대한 평이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과 정확한 묘사로 인해 실제적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의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신랄하면서도 강렬하다.
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비곗살이었다. 이 역겹고 부드러운 지방층, 이 지방층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그것은 완충 장치이자 누에고치였고, 쿠션이자 무쇠 고리였다. 오직 비곗살만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슬픔과 소외와 배척을 의미했고, 조롱과 불안과 치욕을 의미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뚱뚱한 몸에 대한 수치심에 휩싸여 고립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 인식은, 어떤 달콤한 초콜릿을 먹더라도 피할 수 없는 ‘씁쓸한’ 맛처럼, 어떤 훌륭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뚱뚱하다’는 평가만이 절대치로 남는 주인공의 심리를 결정적으로 보여 준다.
날씬하고 예쁜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거나 손을 맞붙잡으며 보란 듯이 그들만의 세계를 드러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이다. 주인공 에바는 교사의 공연한 비방에 정면으로 야유할 수 있는 용기와 주관을 가지고 있고, 친구가 되면 마음을 다해 상대방을 포용할 줄도 알지만, 뚱뚱한 몸매로 인해 그들과 전혀 다른 존재로 분리된다. '뚱뚱한 몸매'라는 비인격적 가치판단의 벽에 갇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에바'인 그녀의 내면은 머물 곳이 없다. 반대로 ‘뚱뚱한 엉덩이는 누구나 볼 수 있’기에 문제 중의 문제가 되며, 학대의 대상이 된다.
1940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유대 인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나 위탁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미술과 언어를 공부했으며, 1980년에 출간된 첫 작품 『씁쓸한 초콜릿』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 전에는 세 자녀를 키우기 위해 여러 직업과 글쓰기를 겸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정확한 묘사로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일구며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는 프레슬러는 현실을 꾸밈없이 직시하는 ‘날카로운 관찰자’로서 오늘날 독일어 문학권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씁쓸한 초콜릿』은 프레슬러의 그러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뚱뚱한 몸매로 인해 주인공이 겪는 슬픔과 좌절, 그로 인한 단식과 폭식에 대한 냉혹하리만큼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들을 빨려들게 만든다. 프레슬러는 이 책이 출간된 해에 올덴부르크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에는 번역가로서 독일 청소년문학상 특별상을, 2010년에는 지금까지 출간한 전체 작품에 대해 독일어 청소년문학상과 칼 추크마이어 메달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고, 현재도 번역가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씁쓸한 초콜릿』,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샤일록의 딸』, 『말카 마이』, 『나단과 그의 아이들』 등 3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