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갔다 오십니까?
이 시집의 화자는 불온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소년과 같다. 그는 금기를 깨뜨리는 자라기보다 애당초 금기가 없는 세계에서 온 자이며, 자신의 위상을 사회 질서 안에 위치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에는 명상적인 잠언이나 교훈적인 제스처, 알레고리를 통한 시적 깨달음이 없다. 그보다 흥얼거리는 듯한 운율과 절제된 언어, 환상, 욕망의 투명한 부유 등이 자유롭게 그러나 일정한 방향을 가진 채 흐른다. 그 방향은 새로운 길을 내는 도도한 흐름이라기보다 꽉 막힌 공간에서 터질 듯한 수압에 의해 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강력한 반발의 흐름이다.
시인. 문화비평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했으며, 대중 음악 비평가이자 문화 무크지 『이다』 편집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저서 『재즈를 찾아서』(1996)와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1998)가 있다.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인의 말
서시
1. 길, 스팀
초대
환멸을 위하여
벌레
정화된 오후
일요일
위치 선정과 위치 에너지
귀고리의 신비
추억의 모양을 부순다
어느 땅, 어느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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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이월
밀회
月印千江
소각장에서
4월
미이라
검은 구멍은 그다지 검지 않다
길, 스팀
등 뒤
펄럭이는 그림자
2. 여름, 장마
두비누슈카
어느 날
긴자꼬 미쓰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여름, 장마
호生, 혹은 죽음에 이르는 병
푸른 큰 쓰레기통의 뜻을 지나며 묻는 새벽
사랑 노래
날티-푸슈킨, 릴케, etc.
바다새는 바람을 이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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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시켜본 오르페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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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도, 가을
불러내기
가을, 지는 낙엽
방파제
전갈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색소폰
오렌지
지도, 가을
할아비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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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편견
목소리는 사라지고
전통의 힘
밀도의 얼룩
쇼핑 갔다 오십니까?
4. 겨울, 어지럼증
꽃
우리는 제천역에서 오 분 간을 쉬었다
별곡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겨울, 어지럼증
검은 새 타고
마더 스크린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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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노래
황혼
눈 속의 폐차
말에 관한 두 가지 체험
내릴실 문은 없습니다
점근적 자유
울산행
정화된 오후
해설, 푸른 쓰레기통 속의 시 -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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