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달마의 앞치마

달마의 앞치마

저자
이상운
출판사
eBook21.com
출판일
2003-10-01
등록일
2003-10-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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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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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마음에는 병아리 한 마리가 있다. 어느 날 내가 태어났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세월이 흘러갔다. 그리하여 나는 몸도 정신도 조금씩 성장해 갔고, 그러면서 세계는 나에게 결코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이정표가 세워졌다. 무릇 모든 깨달음은 이정표를 세우기 마련이다. 이정표의 그 날, 나는 나의 자식이라 할 만한 병아리 한 마리를 밟아서 죽여 버렸다. 그 녀석은 신통하게도 안방 구들장의 온기로 인공부화된 놈이었는데, 나를 제 어미로 알고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병아리와 나는 유전적으로는 1억 광년만큼이나 멀었지만, 친구 사이라는 점에서는 10cm 이내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바로 이정표의 그 날, 나는 녀석을 떼어놓고 학교로 가다가 무엇인가 잊어버린 것이 생각나서 휙하니 돌아섰다. 대문을 벗어나기 직전이었는데, 바로 그때 나 몰래 나를 따라오던 나를 사랑하는 그 녀석이 나의 발과 지구 사이에 끼여서 사망하고 말았다던 것이다. 삐지직 소리를 내면서. 으아아아아... !



나는 많이 울었다. 여러 증인에게 고증해본 바 나는 한 달간이나 울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그때 그 순간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온 주주가 참여하는 저 기이한 <순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니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보다고 생각할 뿐,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한 달여 동안 하염없이 울었을 뿐만 아니라, 실어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기묘한 슬픔을 감당하기에는 나의 어휘력이 너무도 빈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전히 그때 그 순간의 기묘한 체험을 살려낼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존경하는 동포 시인, 동포 작가, 동포 사전 편찬자 제위에게 묻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병아리가 발에 밟히는 그 <순간>의 기묘한 감각을 살려내기 위하여 나는 어떤 단어에 의지해야 할까요? 한 마디 좀 해 주세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녀석은 지금도 삐악 삐악 울고 있다. 조금도 더 자라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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