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
토속적, 해학적 성격의 근대작가 김유정의 '만무방', 김유정의 소설은 농촌을 무대로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의 생활을 그리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러한 특징들과 함께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반전, 비어의 구사, 육담적인 속어 등 1930년대 한국 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산골에, 가을은 무르녹았다.
아름드리 노송은 삑삑히 늘어박혔다. 무거운 송낙을 머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토리, 벚, 돌배, 갈잎 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이 쫄쫄거린다.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 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고.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 하고 떨린다.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흙내와 함께 향긋한 땅김이 코를 찌른다. 요놈은 싸리버섯, 요놈은 잎 썩은 내, 또 요놈은 송이―─── 아니, 아니, 가시넝쿨 속에 숨은 박하풀 냄새로군.
-본문 중에서
1929년 휘문고보 졸업. 1930년 연희전문 문과 중퇴. 1932년 고향으로 가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세우고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는 등 농촌계몽운동에 힘씀. 1933년 폐결핵 발병.
단편 『산골 나그네』『총각과 맹꽁이』 발표.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낙비』 당선. 이후 투병생활을 하며 창작에 전념. 구인회 활동. 1937년 폐결핵 악화로 사망. 1938년 단편집 『동백꽃』(삼문사) 간행.
『만무방』『봄·봄』『동백꽃』『땡볕』 등 30여 편의 뛰어난 단편소설들을 남김. 1995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단편선 『동백꽃』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