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취
199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 박수영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이번 소설은 80년대로 상징되는 낡은 시대정신에 도취된 주인공의 자아찾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엮어진다.
주인공인 시훈은 12년 전 반국가단체에서 활동했던 80년대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과거를 끌어안지도, 떨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시훈의 아내 신혜는 자신의 첫사랑이었으며 아직도 많은 매력을 가진 시훈과 결혼하여 순조로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나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시훈은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 여훈이 이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여훈을 찾아간다. 하지만 자신을 깊게 신뢰하고 따르던 여훈마저 시훈의 이야기를 잔소리로 여기며 답답해하자 상실감을 느끼고, 한국에 남아있던 신혜는 일로 만난 작가 김민재에게 관심을 갖지만 작은 다툼 끝에 헤어진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시훈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일상이 사라진 자리를 대의명분이 대신할 수 없음을, '빛바랜 미망'이 파국으로 치닫는 정황을 양각하는 방식으로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