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직 상점 (하)
“경영이란 결국 보잘 것 없는 콩 한 알 한 알이 모아져 말斗이 되고, 그 말을 다시 차근차근 쌓아올려 산山이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올해로 117년의 역사를 이어온 국내 최고(最古)기업, 두산!
시작부터 남달랐던 두산의 창업 스토리와 근대 종로의 경제적 상황,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한 근대기업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소설 「박승직상점」은 근대 최초의 기업가 박승직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박승직만을 다룬 단순한 인물 소설이 아니다. 저자는 오랜 사료 조사를 통해 종로의 역사와 실제 일어났던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과거 종로의 모습을 입체감있게 그려냈다. 특히 1800년대에 사용했던 화폐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부분이나 당시 박승직이 활동했던 종로 거리와 상점, 시대적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해 조선 상계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오게 서술한 측면에서 이 소설은 문학적 의미를 넘어선다. 재미와 정보, 한 세대에 걸친 종로의 숨겨진 뒷 이야기가 개성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등장인물
박승직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기업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차분한 성격에 비상한 머리를 가진 종로의 거상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날 두산의 모체인 「박승직상점」을 개업하고, 많은 시련과 역사적 제약에도 끈기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근대 상점 중 단연 으뜸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탁월한 경영인이다.
장대경
종로 육의전의 마지막 후예. 날 때부터 부자였고, 재벌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탄생시킨 국제적 상인이다. 차가운 성격에 돈이라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 수 있는 냉혈한이다.
김만봉
넉살좋고 배포가 큰 조선의 상점왕. 박승직을 의지하고 동경한다. 반면, 장대경에 대한 부러움과 경쟁의식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조선 상계를 이끈다.
쌀녀
박승직의 첫사랑. 얼굴이 희고 곱다고 해서 붙여진 쌀녀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박승직에 대한 한없는 믿음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끝내 그의 곁을 떠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 비운의 여인이다.
허맹추
쌀녀를 연모해 마지막까지 그녀를 보호하고자 애쓰는 순정남. 등장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의문의 인물이다.
줄거리
장터 바닥은 만날 싱숭생숭했다. 도처에서 힘찬 기운과 신명난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넉살좋은 인정마저 짐벙졌다. 승직은 그러한 장터 풍경이 못내 좋았었다. 언제 와보아도 싱싱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운 송파 장터야말로 고단하고 누추하기만 한 농사일을 잠시 잊고서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만날 그렇고 그런 농사일이 아닌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장사는 절대로 안 된다는 아버지의 성화에 신관 사또 민영완(명성황후의 일족)을 따라나선 열일곱 살의 승직은, 하루 중 대부분을 해남 관아에서 보내야 했다. 신관 사또를 그림자와도 같이 바짝 붙어 다녀야 하는 ‘책실冊室’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 해남에서 첫사랑인 쌀녀를 만나고, 3년의 책실 생활이 끝날 무렵 그토록 원하던 상인이 되고자 종로로 오면서 그녀와 이별을 한다. 헤어지기 전 쌀녀가 전해준 세 가지 말늦을 가슴에 새기고 상인 박승직은 험난한 조선상계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된다.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했고, 자신만의 원칙과 나름의 상략으로 서서히 거상의 면모를 갖춰가던 1896년, 마침내 박승직상점을 개점하기에 이른다. 이 때 종로 거리에 상점 왕 김만봉, 국제적 상인 장대경을 만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경쟁, 격동의 역사 속에서 어려운 난관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지만, 일본의 거대 자본이 조선에 유입되고 상권 침탈이 집요해지면서 한인 상인들의 어려움은 극해 달하고, 박승직상점도 위기를 맞게 된다. 고비의 순간, 박승직은 첫 번째 말늦 ‘박가분’을 성공시키며, 종로의 거상으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던 어느날 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쌀녀’의 예기치 못한 등장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세 사람(박승직, 김만봉, 장대경)의 서로 다른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조선상계의 전쟁 같은 경쟁이 시작되는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굳이 가려고 했으며,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맨몸으로 맞섰다. 인간다운 정이 넘쳤고, 직원 복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만큼 사람 중심의 경영을 목표로 삼았던 사내의 이름은 ‘박승직’, 최초의 근대 기업가이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역사를 이어온 두산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삼성, 현대, LG 등 굴지 대기업들의 창업주들은 익히 알려져 있고, 그들의 이야기 역시 많이 다루어졌었다. 그러나 두산의 역사를 만든 ‘박승직’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117년의 역사와 국내 최고(最古)기업이라는 말에 ‘두산’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896년 「박승직상점」이 종로 거리에 문을 연 순간, 이 나라의 기업사는 시작 되었다. 당시 종로 거리에는 많은 상점이 존재했고 이름난 거상들이 즐비했지만 오늘날까지 이어 온 상점, 아니 기업은 ‘두산’이 유일하다. 어떤 기업보다 역사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혁신의 중심에 선 기업, 두산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나보자.
제 4부 | 일제시대, 경성
비밀 토목사업, 한강 운하 _8
명함 한 장 _17
미망의 기억 _35
라석주, 동양척식을 쏘다! _55
청파동 아래뜸 _75
또다시 육혈포 _94
제 5부 | 만주시대, 봉천
세 번째 말늦 _126
마적 떼와 일본 관동군 헌병대 _153
쌀녀, 대륙에서 길을 잃다 _192
제 6부 | 해방 공간, 서울
1945년 여름 서울 _210
일본 잠수함과 반민특위 _232
아, 용산 철도공작창 _252
제 7부 | 에필로그
봄날은 간다 _286
남김없이 피고지고 _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