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농민문학을 주도했던 월북작가 현덕의 작품세계
일제 치하를 거치며 궁핍의 현상을 가중시켰던 농촌현실의 구조적 모순은 해방직후 새로운 현실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 문제였다.
따라서 해방현실 속에서 토지문제는 여러 가지 쟁점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논의되었고, 이 시기의 작가들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건들어진 노래 소리가 푸른 언덕을 넘어온다. 바우는 송아지를 뜯기며 밤나무 그늘에 앉아 그림 그리는 책을 펴들었다. 송아지가 움직이는 대로 자리를 옮아 앉으며, 옆으로 풀을 뜯는 송아지 모양을 그리느라 열심히 들여다보고 연필을 놀리고 하더니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흥 ! ' 하고 빈정거리는 웃음을 한 번 웃고는 그 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그 편에 등을 대고 돌아앉는다.
'겨우 서울 가서 공부한다고 배워 가지고 온 것이 유행가 나부랭이냐. 그리고 나비 잡는 것하구. '
지난해 봄에 바우와 경환이는 한날에 그곳 소학교를 졸업을 하였다.
-본문 중에서
본명은 현경윤. 소설가. 동화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집안 형편 때문에 대부도의 친척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일 고등 보통학교를 중퇴했습니다. 현경윤이라는 이름으로 192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에서 떨어진 토끼』가 일등 당선했고, 현덕이란 이름으로 193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고무신』이 가작에 뽑혔습니다.
일본에 건너가 막노동일을 하다가 몸이 허약해 문학에 뜻을 두고 돌아와 김유정, 안회남과 사귀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남생이』가 일등 당선된 뒤 2년 남짓 활발하게 글을 썼습니다.
해방 뒤, 일제 시대에 발표한 작품을 묶어서 동화집 『포도와 구슬』『토끼 삼 형제』, 소년 소설집 『집을 나간 소년』, 소설집 『남생이』를 펴냈습니다. 조선문학가동맹 출판부장을 지냈고, 1949년에는 동지사아동원에서 장편 소년 소설 『광명을 찾아서』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