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책을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자라고, 책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고, 또 자식 둘을 낳아 함께 책을 읽는 그런 평범한 삶 속에 언제나 책이 있어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산 여인. 이 책은 책을 사랑했던 한 여인과 그 가족의 책과의 연애담을 담은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발행하는「시빌리제이션」지에 '평범한 독자의 고백'이라는 고정 칼럼으로 연재되었던 것들이다. 재치있고, 유머가 넘치며, 개성이 강한 앤 페디먼의 글은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도 삶의 묵직한 여운이나 책과 관련하여 사라지고 있는 풍경 또한 빠트리지 않고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눈이 멀게 되어서도 손에서 책을 떼놓지 않는 그의 아버지나 돌 한 무더기에 목숨을 건 스콧 대령, 또는 만년필 한 자루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은이의 감성이나 통신판매용 카탈로그를 탐독하는 이야기 등등.
이 책은 우리들을 잃어비린 책의 세계로 다시 이끌 만한 매력이 있다. 애서가의 기벽이 묻어나는 이 책을 넘기다 보면 그녀의 책에 대한 사랑, 책을 통해 얻는 삶의 기쁨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제목은, 결혼 후 양말까지 서로 바꿔 신는 부부가 되었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책만은 합치지 못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이들 애서가 부부의 노력을 표현한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주요 번역서로「신의 가면」「눈먼 자들의 도시」「클레오파트라의 코」「사람과 상징」「쥬라기 공원」「거리의 변호사」「서가에 꽂힌 책」「마하트마 간디」「마르크스 평전」「호치민 평전」「제스처 라이프」「흉내」「카달로니아 찬가」등이 있다.
서문
책의 결혼
책벌레 이야기
나의 자투리 책꽂이
소네트를 멸시하지 말라
너덜너덜한 겉모습
진정한 여성
면지에 적힌 글
책 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그/녀의 문제
당근 삽입
영원한 잉크
식탐을 부르는 책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카탈로그 독서
내 조상의 성
낭독의 쾌감
수상한 책의 제국
집 없는 책
더 읽어볼 만한 책들
그리고 고마움의 말
옮기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