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시계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김현숙의 첫 소설집. 등단 후 10여년동안 발표했던 작품들과 미 발표작을 한데 모았다. 표제작 '하얀 시계'를 비롯, 총 10편이 발표 순서대로 실려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상처·상흔이 삶에 작용하는 모습과, 그것에 뿌리째 휘청거리는 개인의 모습에 천착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들의 상처와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차분히 응시하며 그들의 이런저런 삶들을 격앙되지 않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듯 조용조용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 삶들은 때론 잔잔하게 때론 큰 격랑으로 우리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작가는 촘촘한 그물로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민물고기를 건져올리듯이, 개인의 소소한 일상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사회적 의미를 건져올린다. 가부장적 가치관, 지역감정, 반일 감정,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폭력성과 권력의 난폭함…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천천히 낮은 어조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