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덕암엔 왜 간다는 걸까 그녀는

덕암엔 왜 간다는 걸까 그녀는

저자
구효서
출판사
eBook21.com
출판일
2003-10-01
등록일
2003-10-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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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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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누굴…… 찾으십니까?'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내가 물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메리야스 차림이었다. 하도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은 채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 여기 사는 사람을 아시오?'

그가 말했다. 작은 얼굴이 굵고 깊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숙이라지 않더이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껏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걸 나도 그제서야 알았으니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여자분 혼자 살지요.'

'그렇다면 맞을 텐데…….'

'어떻게 오셨는지요?'

나는 그가 그 선생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대답을 못하고 희끗희끗한 살쩍을 손가락으로 슬쩍슬쩍 긁었다. 여기엘 왜 왔는지 그가 내게 대답할 의무는 없는 것이었다.

'혹시…… 그림 그리는 분 아니십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가 금방 반색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무리 봐도 그 웃음은 알아주는 이 없어 늘 외롭던 무명화가의 웃음이었다. '날 아시우?'

그가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덥썩. 나는 낭패스러웠다. 나는 그의 이름도 그림도 아무 것도 모르지 않는가.

나는 그냥 웃고만 있었다. 그는 감탄하는 것 같았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에서 메리야스 차림으로 낮잠이나 자는 필부마저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대해.

하지만 나는 반대로 실망하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탁 칠 정도의 화가는 천만 아닌 것 같았으니까. 게다가 그는 미남도 멋쟁이도 아니었다. 박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 여인이 동맥을 자르고 평생을 흠모할 만큼의 매력적인 구석은 없어 보였다. 도대체 내가 이 사람과 어디가 어떻게 닮았다는 말인가. 흰 바지를 입고 허리를 흔들며 덕암엔가를 간다던 그녀의 뒷모습이 떠올라 나는 그만 실소를 머금었다.

'미리 연락을 하고 오실 걸 그랬습니다.'

내가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온다고 전보를 쳤는데…… 이틀 전에 말이오.'

그가 말했다. 그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그럼 그녀는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도 그녀는 왜 덕암엘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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