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의 노래
바람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빈 공터에서 뱅글뱅글 돌며 양동이, 빨랫줄에 걸린 빨래, 빈깡통, 신문지, 지푸라기 따위를 데려가던 회오리바람을 그녀는 떠올렸다. 회오리바람 속에는 이상한 마법이 있어 측정할 수 없는 깊이를 느꼈다. 센 회오리바람은 사람은 물론 집마저 뱅글뱅글 바람 속에 말아 데려간다고 했다. 문득 그 바람에 휘말려 어딘가로 데려가진다면 하는 두려움에 얼른 담벼락이나 나무둥치를 잡으며 집으로 숨어들려 했던 기억이 그녀에게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바람이 데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강한 호기심 섞인 동경을 품었다. 집으로 숨어들지 말고 바람에 휘말려 바람이 데려가는 곳으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어디로 데려가다오.
그녀 순미는 이십여 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세 번인가 아들과 와서 한 달씩 지내다 갔으니까 옹근 이십여 년은 아니라 해도 그러나 사이사이 여름 동안 잠깐씩 지낸 그 기간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조금씩 변해가는 주위 사람들과의 체취를 맛보는 정도에서 그치고 공항의 어설픔 속에서 출국 수속을 서둘러 마치고 떠나가곤 했던 것이다.
그녀가 떠나고 난 후 나는 언제나 멍해져서 대합실에 한동안 눌러앉아 있거나 뷔페식으로 된 식당으로 가서 공기밥에 열무김치와 된장국을 먹고 다방에 가서 혼자 차를 마시며 오래오래 앉아 있거나 했다. 우리에게는 어떤 애절함도 이미 없는지 모른다. 단지 가슴 한 귀퉁이를 후비고 지나는 아픔, 밑이 빠지는 듯한 공허 따위가 드문드문 떠 있는 섬처럼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을 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