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토속적, 해학적 성격의 근대작가 김유정의 '땡볕', 김유정의 소설은 농촌을 무대로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의 생활을 그리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러한 특징들과 함께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반전, 비어의 구사, 육담적인 속어 등 1930년대 한국 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이 벌거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 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밑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히 달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 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참아 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 만치 그렇게 여유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 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얘! 대학병원을 어디루 가니?'
-본문 중에서
1929년 휘문고보 졸업. 1930년 연희전문 문과 중퇴. 1932년 고향으로 가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세우고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는 등 농촌계몽운동에 힘씀. 1933년 폐결핵 발병.
단편 『산골 나그네』『총각과 맹꽁이』 발표.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낙비』 당선. 이후 투병생활을 하며 창작에 전념. 구인회 활동. 1937년 폐결핵 악화로 사망. 1938년 단편집 『동백꽃』(삼문사) 간행.
『만무방』『봄·봄』『동백꽃』『땡볕』 등 30여 편의 뛰어난 단편소설들을 남김. 1995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단편선 『동백꽃』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