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파도로 지은 城
고려대 불문과 김화영 교수의 예술 기행으로 30여년 전 것부터 최근 것까지, 유럽과 인도, 아프리카 여행 후 틈틈히 써두었던 글을 한권으로 묶었다.
유럽의 고성에서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며 인간의 시간과 지상의 삶,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과 문학 사이의 비밀을 경이롭게 터뜨린다. 예술기행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젊은 날의 열정에서부터 현재의 사유세계까지를 총망라하고 있는 『시간의 파도로 지은 城』은 김화영 문학의 행로를 따라가는 눈부신 비밀의 열쇠가 될 것이다.
여행 일정을 연장하거나 변경하면서까지 그 마을이나 숲속을 그냥 어슬렁거리기를 좋아했다. 무슨 특별한 느낌을 스스로에게 강요한지는 않고 그저 하릴없이 빈둥거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육중한 성채나 유물이나 거목 못지않게 작은 풀꽃, 소똥, 시든 잎새, 수상한 저녁의 빛, 그리고 소리도 나지 않는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며 담장 밑을 호젓이 지나가는 동네 아이, 그 모든 것이 돌연 중요해지는 것이다.
거기에 나의 현재와 그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에는 <지중해, 내 푸른 영혼>, <문학 상상력의 연구 - 알베르 카뮈론>, <프레베르여 안녕>, <예술의 성>, <미당 서정주의 시에 대하여> 등이 있고 옮긴책으로는 <알베르 카뮈를 찾아>, <이방인>, <결혼, 여름>, <앙드레 말로>, <예술과 영혼> 등이 있다.
책머리에 - 여행, 그 흐르는 삶
0. 돌과 꽃
Ⅰ. 예술의 성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목가 '아스트레'의 고향 - 라 바스티 뒤르페 성관
침묵의 문 - 라마르틴느의 성, 생 푸엥
어떤 사랑의 폐허 - 디안느 드 푸아티에 부인의 아네 성
고전주의의 쓸쓸한 꽃 - 멩트농 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프루스트의 콩브레
고독하고 위대한 풍경 - 샤토브리앙의 콩부르 성
어머니의 편지 - 세비녜 부인의 레 로셰 성
요한 묵시록 - 앙제 성
거인이 태어난 작은 집 - 프랑수아 라블레의 라 드비니에르
잠자는 숲속의 미녀 - 위세 성
인식의 참담한 모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클로 뤼세 성
골짜기의 백합 - 발자크의 사셰 성
사랑의 폭풍으로 지은 성 - 조르주 상드의 노양 성
삶의 마지막 성채 - 페르 라셰즈 묘지
Ⅱ. 보바리를 찾아서
파리라는 이름의 '사막'
보바리, 들로네, 들라마르
노르망디의 여행자
Ⅲ. 파리 기행
허망한 것 가운데 새겨놓은 영원 - 파리의 개선문
달빛 속의 대사원 - 노트르담
변의 관, 변비와 시인의 감옥 - 콩시에르즈리
800년의 꿈으로 지은 예술의 성 - 예술이 정복한 왕국, 루브르
Ⅳ. 인도 기행
신과 촉감의 에로티시즘 - 인도 기행(1)
무능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 - 인도 기행(2)
'릭샤'를 타면 인도가 보인다 - 인도 기행(3)
옛 이야기 속으로 가는 먼길 - 인도 기행(4)
화려한 궁궐·비참·중생·덧없음 - 인도 기행(5)
시간도 공간도 없는 달밤의 꿈 - 인도 기행(6)
Ⅴ. 아프리카의 찬란한 아침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기억을 찾아
Ⅵ. 길이 끝나는 곳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