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6년에 걸쳐 쓰여진 릴케의 대표적인 소설. 1, 2부로 되어 있고 크고 작은 7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소설은 정리된 줄거리나 사건이 없지만 내적으로 통일을 이룬다. 전반에 있어서의 '죽음'의 문제, 후반에 있어서의 '사랑'의 문제를 뼈대로 하여 점차로 상승하는 에너지와 공간의 확산은 흡사 교향곡의 구성을 연상케 한다.
제1부는 덴마크의 무명 청년을 에워싸는 파리의 인상으로부터 시작되고, 똑같이 파리의 한 미술관에서 끝나고 있다. 파리에서의 불안, 죽음의 거리, 조국 덴마크에서 개성있게 죽어간 여러 사람들에 대한 회상,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 특히 유년 시절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외할아버지 브라에 가에서의 유령에 대한 것, 손에 대한 환각 혹은 질병, 어머니의 누이인 아벨로네에 대한 사랑 묘사, 그리고 융단의 장면에서 1부는 끝난다.
제2부는 융단에 대한 설명을 계속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곧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옮긴다. 여러 죽음에 대한 고찰, 성자와 고독자, 얼니 시절의 독서의 회상에서 떠오른 인물들, 오랑주 원형 극장과 장대함에 대한 묘사 등. 그리고 시인 릴케의 힘은 '사랑에 사는 여인들'에 대한 찬가에 쏟아지고 그것은 아벨로네를 떠올리게 하는 미지의 여인이 베니스에서 부른 가곡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렇게 하여 「말테의 수기」는 성서의 탕아 이야기에 대한 대담한 해석을 끝난다.
저자소개
1875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신시집>은 사물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만남에서 그 내면을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글쓰기는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