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그 눈부신 - 김하인 시집
'그대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되겠습니까?
그곳이 늪인지 강인지 바다인지 모르겠지만 저 목숨 걸고 당신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안 되겠습니까? 나뭇잎처럼 작은 배처럼 별빛처럼 반짝이는 기쁨으로 떠 있다가 숨가쁜 슬픔 속으로 자맥질할지라도 괜찮습니다. 제 전생애가 익사하고 제 넋이 수장되는 한이 있을지라도 그대 가슴속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
'마지막 목 밑 단추를 끌러 그대 가슴에 제 다섯 손가락을 살포시 갖다 댑니다..
호닥거리는 숨결과 파득거리는 심장의 떨림이 가득합니다.
속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새벽안개 풀리듯 드러나는 그대 가슴 세계......
스물세 개의 봄과 항아리 속에 담긴 목소리. 버드나무처럼 날리는 머리카락과
생각 속으로 머금어진 눈물과 햇빛 같은 기쁨이
강을 낀 언덕처럼 푸르고 눈부십니다.
사랑합니다...'
- 본문 <사랑합니다> 중에서
경북 상주 출생.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현대시학>으로 시단에 입문. 잡지사 기자, MBC 라디오 대본작가, MBC TV 구성작가로 활동. 저서로 장편소설 <내 마음의 풍금소리> <왕목> <푸른 기억 속의 방> <아르고스의 눈> 등이 있다. <왕목>으로 제5회 추리문학 매니아상 수상.
사랑하는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가슴앓이
단 하나의 기억
부탁입니다
그루터기
강릉발 서울행 버스
다짐, 무수한 각오
돌아올 것입니다
존재의 이유
그대를 안고 싶다
사랑입니다
금잔디
안녕히 가십시오
스틱스 강
회를 먹으려다가
새로운 시작을 하며
단풍나무 아래서 맞춘 첫키스와,
낙엽질 때 읽어준 편지……
먼 길 떠나신다기에
잠근 문
병상의 그대에게
깊이 사랑한 죄
샤워기 아래서
반송된 선물
예정된 시간이 도착했습니다
우리 착하고 예쁜 이별
마지막 밤
결국 가고 맙니다
전화 녹음
착한 헤어짐
거울을 봅니다
보내야만 했습니다
개그 콘서트장에서
일기를 쓰다가
손을 씻다
사랑하는데 헤어졌으므로
한밤의 통화
흐느낌
남김없이 다 사랑해야겠기에
실연의 후유증
빈혈입니다
힘내세요
용서해 주십시오
만추晩秋
운우사雲雨寺
풍경소리
풍란風蘭
떠난 빈 자리
아我
모든 맹세는 덧없다
분노, 저주
사랑이 사랑을 사랑하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로포즈
무소식인 그대에게
교통정리
단 한 번, 단 한 방에
만찬 식탁에서
입맞춤
비원悲願
프로포즈
샤워
자객刺客
마음을 태우다
대형사고
부자 되기를
첫발 떼기
반딧불이
살려주십시오
그리운 것이
박하사탕, 그 눈부신
냉장고
독서
당신을 낳아 기르겠습니다
수도원으로 가다
박하사탕
원두커피
정수기
면벽面壁
탑
엽서
정말 미안해요
연애시절을 떠올리다
노래방에서
서랍 정리
낙동강 하구에서
만추晩秋, 부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