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가족사진첩

가족사진첩

저자
윤대녕
출판사
eBook21.com
출판일
2003-10-01
등록일
2003-10-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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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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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어려서 돌아가신 아버지는 언제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분이었다. 회복할 수 없는 그 빈 자리를 느끼며 살아온 세월. '나'는 결혼을 앞두고 새삼 아버지의 추억에 젖는다. 평생의 반려로 선택한 여자에게서 문득문득 느끼는 어머니의 그림자.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사진 속 모습이 '나'와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생각. 가족사진첩을 보는 일은 맑은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아무튼 그때부터 아버지가 서먹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예요.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 만 한 나이도 아니었잖아요. 그 후로도 저는 몇 번인가 죽을 뻔한 일이 있었어요. 어머님한테 말씀은 안 드렸지만 장마철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두 번이나 물에 빠져 죽을 뻔했구요. 또 넘어져서 그랬다고 에둘러서 말했지만 오토바이에 치여 팔이 부러진 적도 있었죠. 한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아버지가 제 옆에 무심히 스쳐지나가곤 하는 환상을 보곤 했어요. 그게 저는 무서웠어요. 아버지가 죽음처럼 보였거든요. 일찍 가실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두요.'



사진 속의 조부는 다섯 살쯤 되었을 나를 껴안고 있다. 상고머리를 한 나는 커다란 방울이 세 개 달린 반코트를 입고 있다. 멍한 얼굴로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보고 있는 나. 그 왼쪽 에는 조모가 앉아 있고 그 뒤에는 사촌 형제들이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혹은 어쩐지 겁먹 은 얼굴들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뒷줄에는 아버지 형제들이 조부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서로 어깨를 비스듬히 끼고 정렬해 있고 아버지는 오른쪽 끝에 말끔한 양복 차림에 중절모 를 쓴 모습으로 서 있다. 어머니는 세 살 난 여동생을 안고 아버지 옆에 화분처럼 서 있다. 그들 뒤에는 병풍이 서 있는데 양쪽 끝에서 우리 가족과는 상관이 없는 듯이 보이는 두 명 의 신사가 허리를 활처럼 뒤로 구부리고 병풍을 잡고 있다. 아마도 사진에 나오지 않으려고 그러는가 보다…… 나는 아버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아버지는 왜 나를 안고 있지 않았 을까. 어쩐지 어머니와도 상관없어 보이는 낯선 얼굴을 우뚝 서 있는 아버지. 그러나 비로 소 나는 깨닫게 된다. 내가 아버지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사실을.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우리는 가족사진을 찍었다. 친지들과 함께, 양가 부모와 함께, 그리 고 마지막엔 어머니와 선희와 나 이렇게 셋이서. 이제부터는 한지붕 밑에서 살아가야 할 사 람들끼리. 다른 때도 아니고 결혼식에서, 아버지 없이 가족사진을 찍는 것은 못내 허전하고 쓸쓸한 일이었다.



선희는 제 아버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봄이 오면 함께 화단에다 분꽃이며 봉숭 아며 접시꽃 씨를 뿌렸다든가 하는 얘기를. 이제 내게는 장인이 된 제 아버지와 내가 어떤 점에 있어서는 무척 닮았다든가 하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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