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떠도는 나무

떠도는 나무

저자
공선옥
출판사
eBook21.com
출판일
2003-10-01
등록일
2003-10-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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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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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나는 무서웠다. 상처 입은 짐승과도 같은 남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까이서 지켜 볼 자신이 없었다. 아, 솔직히 말하자. 진정 내가 지켜 볼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이라는 사람의 가슴앓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라보며 날마다 태연하게 가계부나 정리하고 맛난 반찬을 만들어서 아금아금 씹고 밤에는 상처 입은 짐승의 품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요구하고.

나는 떠나기로 하였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상처 입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의 가슴앓이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상처의 요체는 무엇이었나.



당신의 자궁 속이 그립습니다, 해 놓고 그 부분에서 더이상 워드의 자판을 두드릴 힘이 떨어진 나는 책상 앞을 물러난 그순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아프다. 아프면서 나는 생각한다. 소설을 써야겠다.

회계장부의 여백에 여인들 이라고만 쓰고 중단되어 버린 내 여인들, 내 어머니들을 나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지 않고는 더이상 온전히 추억할 수 없겠기에.

그렇다면, 소설을 쓰겠다면 좀더 아프지 않을 방법을 찾자. 이전에,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나는 편지글을 생각했었다. 또는 일기.

후후, 지나간 날을 다시 이 자리로 끄집어 와 현재 일인 양 시치미 딱 떼고 오늘은 어쨌다, 내일은 어쩌리라 하고.



통화를 한 이후 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작은어머니, 유점옥이의 외로운 울음이, 그리고 나의 매정했던 태도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무거운 무게로 내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 가 보기로 하자. '소설'은 언제든 다시 쓸 수 있으리라. 내가 아직 내 남은 목숨을 중단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나는 아직 내 남은 목숨을 중단할 의사는 추호도 없으므로.

날씨는 춥고, 꽃샘 추위가 덮쳐 와 때아닌 눈발까지 흩날리는 저문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차는 막차다. 나는 이제 내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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