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페
“보이는 것들을 당신이 스스로 왜곡하는 거예요 한 문장이어야 할 것이 열 하나로 늘어나는 동안 당신 자신이 왜곡되고 있다는 걸 아세요? 나와 당신, 그리고 다른 어떤 것들…… 부드러운 살결, 풍만한 가슴, 따뜻한 체온, 젖은 입술…… 음모, 음부, 성교, 사정, 신음…… 그런 것들이 느껴지면 이리 오세요.'
자신의 음부를 만지며 여자가 머리를 뒤로 젖혔다. 허리의 물결이 몸 전체의 그것으로 바뀌는 동안 그는 체념한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난……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영원히 난 회복되지 않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졸음에 시달리는 내 심정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지금 당신은 정치와 아무런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산타 페도, 씌어지지 않는 소설도, 흰모래의 사막도 더 이상은 당신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구요.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그 힘이 당신의 본질을 억압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당신은 오직 나하고만 연결될 수 있어요. 그것이 세계를 형성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허물수도 있어요. 그것을 위해 당신은 나를 느껴야 하고, 나에게 다가와야 하고, 연결되기 위해 나와 관계를 가져야 해요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나와 성교를 해야하는 거죠 그때가 될 때까지, 여기 이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겠어요. 내 알몸이 흰모래로 스러져도 괜찮아요 당신이 나에게 다가오기 전까지 내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에 와해 내가 완성되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보란 말예요 내가 가엾지도 않나요? 부디, 당신의 욕망이 눈을 뜨고 당신의 온몸이 발기해서 견딜 수 없게 되면 나를 향해 다가와요. 그때까지 이 자리에 서 있겠어요' 서 있겠어요, 서 있겠어요, 서 있겠어요……
1958년 경기도 광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독산동 천사의 시>가 있으며, 장편 소설 <지구인의 늦은 하오>, <시인 마태오>, <카시오페아>, <호텔 캘리포니아>, <섬, 그리고 트라이앵글>, <나는 인간의 빙하기로 간다> 등이 있다. 1999년 단편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