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클럽
나는 즉각 흥미가 동했다. 어느 졸렬한 봄날 가죽 미니스커트의 이지영에게 동했던 기의 울림만큼 컸다. 나를 자극한 핵심은 <픽션 클럽>이라는 말 자체였다. <픽션 클럽>이라니, 유령들의 모임이란 말인가? 곧 철거될 빈 건물 지하에서 세미나를 한다니 유령 클럽이래도 믿을 만하지 않은가?
이문엽 : 현실의 빈틈을 픽션으로 처바르자!
김영태 : 현실이라고 속이는 픽션을 쳐부수자!
이문엽 : 이 새끼!
김영태 : 이 새끼!
어떤 유명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광대한 우주의 침묵이 나를 전율케 한다.
만약 그의 귀신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 광대한 시간의 무한 가능성이 나를 마비케 합니다요.]
그럼 나는 이제 사라지겠다. 펜을 놓으려니 조금은 아쉽다. 여러분, 장시간 함께 동행해 주어 즐거웠다. 깊이 감사하는 바이다.
기분이 좀 이상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형수에 대한 농담이 떠오른다. 전기 의자에 안게 된 어떤 사형수가 있었다고 한다. 인생은 그렇게 가는 것!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다음에 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