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 박범신연작소설
사람들은 절필 선언 이후 문단에 복귀한 박범신의 작품 활동이 다양해지고 작품 세계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도회적인 감수성과 세련미를 추구하던 그가 인간 실존의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등의 수필집과 『산이 움직이고 물이 머문다』 등의 시집을 내는 등 창작의 영역을 소설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시 태어난 청년작가답게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렇게 볼 때, 『빈방』은 제2의 생을 맞고 있는 박범신 문학의 결정체이자 앞으로의 문학적 행보와 그가 떠안은 실존적 과제들을 가늠케 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 존재들은 텅 빈 방에 갇혀 있다. 그 방은 부단히 채워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쫓기는 현대인의 삶인 동시에, 창조에 대한 욕망과 예술의 생산 활동에 대한 거부에 몸부림치는 작가 자신의 삶이다. 빈 것들은 언제나 결핍에 목마르다. 누군가는 열심히 그 빈 삶을 채우기 위해 질주하고 누군가는 차라리 더 비워내기 위해 애쓴다. 결국 모든 것을 비워버리기 위해 용인의 ‘한터산방’에 은거했던 작가는 이렇게 말라붙은 자궁 속으로 다시 회귀한 셈이다. “비울 것인가, 아니면 채울 것인가?”라는 엄청난 실존 위기의 화두를 안고서.